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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수록 글을 써야 한다 – 감정 글쓰기의 힘

by haruvox 2025. 7. 26.

불안할수록 글을 써야 한다 – 감정 글쓰기의 힘
불안할수록 글을 써야 한다 – 감정 글쓰기의 힘

 

최근 반복되는 불안과 감정 기복 속에서, 나 자신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감정 글쓰기’라는 루틴을 직접 실천해보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감정을 외면할수록 더 깊어졌다

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출근길 전철 안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혹은 아무 일도 없는 일요일 저녁에도
괜히 심장이 빨라지고, 이유 모를 초조함이 엄습하곤 했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그 정도는 누구나 그래"라는 반응이 돌아올까 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혼자 감정을 삼키고만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글쓰기라는 도구를 다시 집어 들었다.
학창 시절 이후로 손글씨로 뭔가를 써본 건 오랜만이었다.
“지금 나는 불안하다. 정확히 뭐가 불안한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복잡하다.”
그 한 문장을 적고 나니, 생각보다 감정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왜 불안한가?
오늘 아침 상사의 눈빛 때문인가?
지난주 친구의 무뚝뚝한 톡 답장 때문인가?
아니면 그 모든 상황이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때문인가?

글로 적으니 마음이 확실히 정돈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감정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감정이 꼭 진실만은 아니라는 것도 글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글은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하는 것이다

감정 글쓰기는 무엇보다 ‘흐르게 두는’ 행위다.
논리적으로 정리하거나, 문법을 맞추려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적어내는 것.
그게 불안한 마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비워내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일기처럼 시작했다.
불안할 때만 썼다.
오늘 하루가 불편했던 이유, 내 감정을 자극한 말, 그날 밤 잠들지 못했던 생각까지.
그냥 있는 그대로 적었다.

중요한 건 평가하지 않는 태도였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되지” 같은 판단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글 속에서는 나 자신이 가장 안전한 존재가 되도록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쓰고 있는 글에서 내 스스로에게 이런 문장을 적었다.
“너무 잘 버티고 있어.”
“지금 이 감정을 알아차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글 속의 나는,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글을 다시 읽을 필요는 없었다.
쓴 순간, 이미 효과는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내 감정을 바꾸려는 노력이 아니라, 그 감정을 통과하게 해주는 도구였다.

감정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3가지 방식

불안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몇 달이 지났다.
이젠 굳이 불안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하루에 한 번, 나의 감정을 써보는 시간을 만든다.

아래는 내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루틴이다.
이 루틴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꾸준함을 유지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첫째, 형식 없는 메모 형식으로 시작하기
일기장을 따로 마련하거나, 노션이나 스마트폰 메모 앱을 활용해도 좋다.
중요한 건 문장이 아니고, 단어 한 개라도 감정을 담는 것이다.
“짜증”, “벅참”, “공허함”처럼 단어만 써도 시작은 된다.

둘째, 시간을 정해두기보다, 감정이 올라올 때 바로 쓰기
불안을 느끼는 그 순간, 메모를 여는 습관이 생기면
감정이 쌓이기 전에 흘러가게 만들 수 있다.
반응보다 인식이 먼저가 되는 것이다.

셋째,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건네듯 글을 쓰기
‘너 오늘 힘들었지?’, ‘괜찮아, 지금 이 정도도 잘한 거야.’
이런 문장은 처음엔 어색하지만, 반복되면 뇌가 반응한다.
그리고 믿는다.
마치 진짜 누군가가 말해주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글쓰기는 도구이자 루틴이다.
그리고 감정 글쓰기는 그 어떤 도구보다도 효과적인 심리적 자기 돌봄 행위다.

 

우리는 불안을 싫어한다.
하지만 불안을 없애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쓰기는 그 방법이 되어줄 수 있다.
내 안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보내며,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인정하고 위로할 수 있는 방법.

지금 당신이 불안하다면, 말 대신 글을 써보길 바란다.
그 글 안에서 지금보다 더 단단한 당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